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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와 ‘엔지니어’뿌리기업들, 전문성 갖춘 인재 육성하고 새로운 기업문화 창출 위해 노력해야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을 때의 일이다.

당시 정부는 청년실업의 원인으로 과도한 대학진학률을 지목하고,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안정된 직장을 잡고 살 수 있게 하겠다며 ‘마이스터고등학교’를 도입했다.

과도한 대학진학의 부작용을 방지하고, 산업계에 맞춤형 인력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마이스터고등학교가 도입된 지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청년 실업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우수한 기능인력을 적재적소에 공급하겠다는 마이스터고등학교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난 1월 뿌리뉴스에 합류한 이후 많은 업체들을 취재했지만 뿌리기업 현장에서 일하는 국내 청년들을 보는 것은 어려웠다. 뿌리기업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요즘 청년들이 힘든 일을 기피해서 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청년실업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뿌리기업에서는 연일 사람을 못 구한다고 난리를 치니 어디서 원인을 찾아야 할지 도통 알 길이 없었다.

기자가 뿌리기업의 인력난과 청년실업이라는 아이러니에 대해 어느 정도 원인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은 청년들이 자주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였다.

사용자 대부분이 20~30대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다음과 같은 글들이 올라오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가끔 우리 커뮤니티에 중소기업에 가서 기술을 배우겠다거나, 폴리텍이나 공공기관에서 용접 같은 걸 배워서 좋은 직장에 가겠다는 글이 올라오면 “지랄한다, 꿈 깨라”라거나 “너 그러다가 진짜 X된다” 등 비꼬는 리플들이 달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난 그렇게 리플을 다는 놈들이 진짜 세상 물정을 잘 아는 놈들이라고 생각한다.”

“뿌리기업이니 강소기업이니 하는데 걍 ‘좃소기업’이라고 통일해서 불러라. 니네 좃소기업 가면 어케 되는지 형이 알려줄게. 좃소기업 들어가면 월화수목금금금 짜증나게 일하고도 월급은 쥐꼬리만큼 받는다. 생산직으로 들어가면 아마 나중에 돈은 못 벌면서 몸만 망가져 나올거다”

“니네 무식한 것들이 ‘기술자’라고 우기는데 니네가 얘기하는 건 기술이 아니라 기능이야. 우리나라에서는 엔지니어들도 대우를 받기 힘든데 기능 배워서 좋은 직장에 가겠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다. 왜냐? 기능은 아무리 무식한 애들도 단순 반복만 지속하면 숙달이 되거든. 그리고 이런 애들은 구하기도 쉽고. 중소기업들도 이걸 알아. 니들은 스스로를 기술자라고 부르며 위안할지 모르지만 니들이 할 수 있는 건 기능일 뿐이야. 니들은 언제든지 쓰고 버리는 소모품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 그리고 너히 같은 애들을 우리사회에서는 ‘노가다’라고 부르면서 무시하지. 다시 말하지만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와 ‘기능’만 아는 ‘노가다’는 천지 차이라는 것만 알아둬. 얘들아”

젊은이들이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 보면 주조, 단조, 용접, 금형, 표면처리, 열처리 등 뿌리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을 젊은이들이 ‘노가다’라고 폄훼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젊은이들이 뿌리산업 종사자들을 폄훼하는 것이 옳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노가다가 돼서 몸만 망가지기 싫으면 절대 가지 말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새벽별 보고 출근해서 밤 늦게까지 고된 노동을 하지만 뿌리업계 종사자들의 처우는 열악하기만 하다. 용접과 금형 등의 분야에서 높은 보수를 준다고 하지만 실제로 살펴보면 이는 일부 업체에서의 이야기일 뿐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게다가 여러 언론의 보도와 경험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뿌리기업들의 직장문화 또한 위계적이고 폭력적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 한 젊은이는 “말 끝마다 선배들이 욕을 하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그냥 그만뒀다”고 말하기도 했다.

힘들게 일하는데도 월급도 많이 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멸시를 받는데다 직장 선배들의 폭력적 언행까지 만연하다면 누구도 그 업종에 종사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현재 뿌리기업들은 많은 국내외 악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 확보와 핵심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들 스스로 직원을 소중하게 여기고, 전문성을 키워주도록 해야 한다.

우리 뿌리기업들은 이제 소모품인 ‘노가다’가 아니라 전문성과 비전을 갖춘 ‘엔지니어’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과도하게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는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뿌리기업들이 ‘우수한 엔지니어’ 육성과 혁신적인 경영을 통해 세계를 주름잡는 ‘강소기업’으로 거듭나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해 본다.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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